여러분의 컴퓨터는 안녕한가요? 지난 5 12일 금요일, Shadow Brokers라는 해커집단이 유포했다고 알려진 Wanna Cry의 공격이 전 세계에서 관측되었습니다. 금요일에 대규모로 퍼진 탓에 주말 뉴스에서는 컴퓨터를 켜면 안 된다.”출근하면 랜선부터 뽑아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을 수 있었고 적절한 대응 없이 컴퓨터를 사용했던 곳은 실제로 Wanna Cry에 감염되어 버렸습니다. 뉴스에서 경고했던 월요일이 지나간 지금 돌아보면 전 세계적인 피해 규모에 비해서 한국 내의 피해는 미미한 편으로 이번 사태는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랜섬웨어뿐만 아니라 사이버 테러 전체를 다른 관점에서 보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감염 사례로 CGV 광고 서버도 Wanna Cry에 당했죠. 출처: https://t.co/np5Cy55de8

 

Wanna Cry에 대한 공포가 한창 고조되었을 때, 저는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탓에 Wanna Cry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고 물어보는 지인들의 우려에 응답하고 있었습니다. 그 지인 중의 한 명이 다시는 볼 수 없는 죽은 아이의 사진이나 박사과정 5년 동안의 노력이 담긴 논문, 기존의 다른 랜섬웨어에 의한 피해를 언급하며 랜섬웨어 제작자들에 대한 실현 불가능한 처벌을 주장했고, 그 공허한 주장에 저는 피해는 안타깝지만, 평소에 부주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반론이 제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을 정확히 찔러버렸습니다.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다.

피해자가 피해자의 무고함을 항변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IT업계에서는 보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IT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예외 없이 보안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보안수칙을 어기는 순간 IT를 잘못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보안수칙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생활에서도 차도에 뛰어들지 말고 인도에서 걸어야 하는 것처럼 지켜야 하는 규칙이 많지만 체화되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비유합니다. 자동차는 18세기에 등장해서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주 익숙해졌지만, 인터넷은 1980년대에서야 등장해서 아직은 생소하다는 논리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제 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길에서 자동차를 타는 것과 도보로 걷는 것은 모두 적법한 행위입니다. 다만 차와 사람이 뒤엉키면 혼란스럽고 위험하니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차도와 인도를 나누고 효율과 안전을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명백한 범죄행위인 사이버 테러를 일상의 규칙에 빗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사이버 테러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면 일반 사용자들은 테러에 대응하지 않아도 될까요? 안타깝게도 그것 또한 아닙니다. 법은 범죄행위를 규정하고 범죄자를 처벌하지만, 피해자를 보상해주지는 못합니다. 더구나 사이버 테러는 가해자를 검거하는 것마저 어려우므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해서 보상을 받는 방법도 어렵고, 보상을 받더라도 이미 받은 피해를 그대로 남아버립니다.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는 잘못이 없지만, 피해를 받은 이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먼 옛날, 문명 이전의 원시시대에, 다른 모든 생물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위험한 생물은 같은 호모 사피엔스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서 인간은 같은 인간끼리 파괴적인 대립을 유지한 상태로는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사회를 만들고 자신을 스스로 문명화해서 번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최고 정점에 IT가 있습니다. IT 덕분에 정보의 기회가 평등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시 상호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IT라는 가장 문명적인 방법으로 원시로 돌아가 버린 인류의 아이러니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Ps. Microsoft MVP가 알려주는 Wanna Cry에 대한 정확한 대응법을 소개합니다. ( http://naver.me/GDWtqucb )

Posted by rushTENm :

뜬금없이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니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라고 생각하시면서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올립니다.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이론상의 최고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입니다. 이런 제목은 이미 "이론"이라는 2글자가 들어간 순간부터 지루하고 심심해져서 적당한 선을 넘어 낚시성 제목으로 가버렸습니다. 제 저렴한 글솜씨를 탓해주세요.




최고속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LTE망이 안정화 된 이후 어느정도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업계 2, 3등인 KT와 LGT가 "기가"를 외치며 속도경쟁을 이야기하고 있을때 1위인 bandLTE니 5G니 이상하자니 꺼내며 신경끄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정도 수준이 필요한지 정확히 아시는 분들은 드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속도가 얼마나 빨라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 이동통신은 얼마나 빨라야 하는 걸까요?




얼마나 빨라져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뭘 하는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뭘 하고 있을까요? SNS, 게임, 유튜브 같은 동영상, 웹서핑 정도를 예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말로만 하면 감이 잘 안 오니까 Citrix[각주:1]의 Mobile Analytics Report를 한번 보도록 하죠. 

아이폰 사용자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의 61%가 이미지고, 안드로이드폰의 경우에는 75%가 이미지입니다. 통신속도가 느리다면 원하는 이미지를 바로바로 못 보고 멍하니 기다리고 있어야겠죠. 같은 보고서를 보면 모바일에서 스포츠 동영상을 보는 비율은 6개월 전보다 2배 늘어났고, 데이터량을 기준으로 한 탑5 게임은 모두 동영상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의외로 트래픽의 비율을 보면 동영상보다 이미지가 훨씬 많긴 하지만 동영상이 이미지 보다 훨씬 더 빠른 통신 속도를 요구하니 동영상을 기준으로 얼마나 빠른 통신속도가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통신속도가 느릴 때 이미지는 기껏해야 MB단위이기 때문에 약간 인내심을 발휘해서 잠깐 기다리면 곧 보이지만 동영상은 뚝뚝 끊기면 버퍼링에 걸리니 아예 감상이 불가능하니까요. 




고화질 동영상을 끊기지 않고 보기 위해선 얼마나 빠른 통신속도가 필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휴대폰이 Full HD를 넘어서 QHD 화면을 쓰고 있긴 하지만 기준으로 잡기에 QHD 영상은 부적절하니 4.5GB짜리 Full HD 영화[각주:2]를 스트리밍으로 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영화의 러닝타임을 2시간으로 잡고 비트레이트를 계산해보면 

고화질 동영상 보는데 필요한 대역폭 ≥ 4.5GB / 2h = 36864Mb / 7200s = 5.12Mbps = 5243kbps[각주:3]

입니다.




이제 통신사가 제공하는 속도를 볼까요? LTE Cat.6 단말기의 경우 다운로드 속도가 300Mbps, 한국에서 LTE-A라고 부르는 Cat.4 단말기는 150Mbps, LTE라고 부르는 Cat.3 단말기는 통신사가 서비스하는 주파수 대역폭에 따라서 100~75Mbps가 나옵니다. 가장 느린(?) LTE마저도 잘 터지기만 하면 고화질 동영상을 보는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고 넘쳐납니다. 사실 3G라고 뭉뚱그려 표현했던 HSDPA마저도 14.4Mbps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LTE가 아니더라도 Full HD 동영상을 보는데 충분했습니다. 다만 통신사에서 망관리를 똑바로 안하고 있던 상태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기 때문에 일부 사용자들이 망에 너무 많은 부하를 줘버려서 실효속도는 3~4Mbps에 불과했고 동영상을 마음껏 재생하기에는 20%정도 부족해서 3G는 느리고 불편하다는 인식이 생겼던 겁니다. 




다른 방법으로 계산해볼까요? KT가 열심히 기가로 노래를 부르고 있긴 하지만 현재 보급된 무선공유기의 절대 다수는 802.11n 규격입니다. 그것도 5GHz가 아니라 2.4GHz 주파수를 쓰죠. 802.11n 와이파이를 2.4GHz 대역에서 쓰면 15만원 정도하는 고급 공유기에서야 50~60Mbps가 나오고 1~2만원짜리 공유기는 30Mbps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그칩니다. LTE가 잘 터진다면 100Mbps니까 이미 와이파이보다 2배나 빨랐습니다. 기가 인터넷 이전의 광랜만해도 100Mbps니까 컴퓨터로 인터넷할 때 인터넷 속도에서 갑갑함을 느끼지 않으셨던 분들은 LTE부터는 속도가 빨라진 느낌을 받을 수 없었던게 당연합니다.[각주:4] 




정리해보겠습니다.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에는 5Mbps가 필요하고 와이파이와 같은 수준으로 밖에서도 인터넷을 하려면 30~50Mbps면 충분합니다. 즉 75~100Mbps를 제공하는 LTE만으로도 충분하죠. 괜히 통신사가 떠드는 쓸데없는 마케팅에는 신경쓰지마세요. 본인이 휴대폰을 쓰는 곳에서 실효속도를 가장 잘 뽑아주는 통신사가 좋은 통신사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데이터를 엄청나게 소모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는 "LTE는 느리지 않을까?"라고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1. 모바일 워크스타일 구현을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글로벌 IT 기업입니다. [본문으로]
  2. 설마 30GB가 넘는 블루레이립을 떠서 NAS에 넣어두고 스트리밍으로 보실 건 아니죠? [본문으로]
  3. 제가 중학생 시절 2008년에 출시된 전자사전이 2000kbps까지밖에 재생하지 못 했던 걸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이 얼마나 엄청난 물건인지 느껴지네요. [본문으로]
  4. 폰보다 컴퓨터가 느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분들은 컴퓨터를 바꿀 때가 된겁니다. 요즘에는 펜티엄에 SSD만 달아줘도 날아다닙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rushTENm :

넌 왜 휘어있니?

2015. 3. 16. 01:11 from 쉬운 생각

 

 

 

어 있는 화면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넥서스S였습니다. 전시회에서 구경만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실제 쓸 수 있는 물건 중에서는 최초였을 거에요. 정확히 말하면 AMOLED 패널은 평면이고 패널을 덮는 유리가 곡선이었지만요. 어쨌든 곡면 유리로 인해 화면이 오목해져서 손가락 동선이 줄고, 그립감이 향상되고, 전화받을 때 얼굴에 밀착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넥서스는 그다지 판매하기 위한 폰이 아니기 때문에 소리소문 없이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13년 10월에 갤럭시 라운드가 플랙시블 디스플레이를 달고 나왔습니다. 그간 봤던 넥서스와는 다르게 화면이 좌우로 휘어 있었고 그 모양 덕분에 갤기와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곧 바로 LG는 넥서스처럼 위, 아래로 휘어 있는 G Flex를 출시합니다. 폰이 좌우로 휘어야 하는지 위, 아래로 휘어야 하는지 평면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키보드 워리어들은 열심히 싸우는 사이에 제조사들은 TV와 모니터도 오목하게 만들었습니다. 좌우 끝부분이 사용자를 향해 휘어있어서 몰입감을 높여 준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14년 9월 IFA에서는 패널이라는 이름으로 한쪽 모서리만 휘어놓은 갤럭시 노트 엣지가 나왔습니다. 16:10 화면비를 가진 화면의 왼쪽 16:9만큼은 평범하게 평평하고, 오른쪽 모서리 16:1만큼을 휘어서 옆에서도 볼 수 있고 이런저런 용도로 알아서 잘 쓰라는 것 같아요. IFA에서 갤럭시 노트 엣지를 지켜본 LG는 15년 1월 CES에서 G Flex를 조금 더 다듬어서 G Flex 2를 공개했습니다. 쓰다보니 깜빡했는데 삼성 기어 Fit 같은 스마트워치/밴드도 휜 화면을 달고 있습니다. 손목이 곡선이니까 당연한 거겠죠?




지금까지 화면이 휘어있는 물건을 간략하게 훓어봤는데요. 제목에서 드렸던 질문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넌 왜 휘어있니?"

 

 

익순한 평면 직사각형을 버리고 굳이 힘들게 휘어진 데에는 무언가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는 사용자에게 메리트로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출시된 휘어진 제품들은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우선 커브드TV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커브드TV가 휘어있는 이유를 제조사들은 사용자를 향한 화면에서 더 큰 몰입감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극장에서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한계치까지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IMAX 스크린도 오목하니까 설득력있게 다가올만 합니다. 하지만 거실과 극장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시청자세입니다. IMAX 스크린은 IMAX社에서 설정한 거리, 각도에서 화면을 봅니다. 반면 TV는 전혀 다릅니다. 집집마다 다르고 같은 집에서도 가족마다 다릅니다. 쇼파와 TV사이의 거리도 다르고, TV가 위치한 높이가 다르고, 쇼파에 앉아서 볼 때도 있고, 누워서 볼 때도 있고, 여럿이서 볼 땐 옆에서 보기도 하고,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보고, 멀리 부엌식탁에서 밥 먹으면서 보기도 하는 게 TV입니다. TV가 휘어져 있으면 극장처럼 제대로 볼 땐 몰입감이 높아지겠지만, 그 이외의 상황에서는 방해가 됩니다. 스스로 TV를 어떤 자세로 보는지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화면을 휘어놓은 곡률에 대해서도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TV제조사에서는 4200R의 곡률로 휘어 놓고 일반적인 거실환경인 3~4m 정도되는 시청거리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영화관, 음향기기, 미디어 등의 시스템 규격을 인증하는 THX[각주:1]에서는 40도나 그 이하의 시야각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기준에 따르면 60인치 TV조차도 1.8~2.7m 떨어져서 봐야합니다. 바꿔 말하면 몰입감을 높이려면 비싼 휘어진 TV를 사는게 아니람 쇼파부터 앞으로 당겨야한다는 거죠.

출처 : http://www.thx.com/consumer/home-entertainment/home-theater/hdtv-set-up/




그 다음은 갤럭시 노트 엣지입니다. 이전에 나온 휘어진 폰들과 다르게 그립감이나 동선단축이 아니라 화면을 확장하기 위해서 화면을 휘었죠. 패널이라고 부르는 가느다란 공간에 여러가지 알림이나, 도구모음 같은 걸 넣어서 쓸 수 있고 화면이 휘어져있기 때문에 정면이 아니라 옆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패널이라는 요소가 정말 편한가요? 광고를 보면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가 가느다란 패널로 문자를 확인합니다. 사람은 수평으로 누워있는데 글자는 수직으로 서있는 상황이죠. 누워서 폰을 쓰기위해서 세로고정을 하는 평범한 사용법과는 정반대에 있는 연출입니다. 휘어져 있어서 정면에서 보기도 애매하고 옆에서 보기도 애매한데다가 애초에 누워서 폰 잡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의문입니다. 게다가 야간시계는 더 가관입니다.

 

밤사이에 계속 패널에 시계를 켜놓는 옵션인데 왜 굳이 패널에 넣어야 하나요? 화면 전체를 쓰면 너무 밝아서 수면에 방해가 된다? 갤놋엣은 아몰레드를 쓰기 때문에 필요한 픽셀에만 불이 켜지고 밝아집니다. 화면 전체를 활용해서 까만 바탕에 하얀 글씨를 써도 LCD를 쓰는 다른 폰들과 다르게 방 안이 환해지지 않습니다. 밤새도록 켜져있어야 하는데 화면 전체를 쓰면 전력 소모가 심해진다? 전자잉크가 아닌 이상 화면은 전기를 계속 소모할 것이고 잠잘 때는 충전하는게 보통의 사용법이니 시계를 굳이 가느다란 부분으로 봐야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탁상시계로 편하게 쓰려면 일반 탁상시계처럼 큼지막하게 화면 전체를 써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그 밖의 다른 용도로는 알림을 패널에 몰아 넣고 카메라 UI나 전화 수신 UI를 패널에서 쓰도록 한 것인데 이건 부분은 그나마 수긍할만 합니다. 휘어진 화면이라 글자가 조금 왜곡되긴 하지만요. 이정도에서 패널을 활용할 아이디어가 동나 버린 삼성은 결국 10cm짜리 자와 Express Me라고 원하는 문구나 사진을 넣을 수 있게 했습니다. 그냥 갤럭시 노트 4보다 10만원이나 더 주고 산 패널의 활용도가 이정도였습니다. 그 작은 화면으로 본인의 개성을 표현하라고요? 갤럭시 S4 잠금화면에 "Life companion"문구도 수정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걸 수정해서 쓰라는지 암담합니다. 전자잉크도 아니니 항상 켜놓을 수도 없고요. 패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삼성이 SDK를 공개했지만 서드파티에서 이걸 얼마난 가져다 쓸 지는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곡선화면을 너무 공격하기만 했지만 곡선이 유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니터 3개를 이어쓰는 경우입니다. 모니터와 모니터 3개가 어색하게 각지지 않고 부드럽에 이어지니까요. 다만 이경우도 그 비싼 곡면 모니터를 3개나 사야하고, 3배로 늘어난 부하를 견딜 PC와 넓은 책상이 필요하니 조금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정리하자면 휘어져 있다는 특징은 그냥 그대로 받아드리시면 됩니다. 곡선TV가 아니라고 해서 차별당하고 손해보는 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곡선 TV가 프리미엄 라인업만 나와서 "곡선=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프리미엄"이미지가 형성된 것뿐입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웃돈을 주고 화면을 휠 것인지 아니면 평범하게 평평한 TV를 사면서 돈을 아끼거나 화면을 키울지를 결정하시면 됩니다. 폰을 돌려가면서 알림이 짤리지 않게 길게 보는게 더 편할 거 같으면 갤놋엣을 고르시면 되는 거고요. 살짝 김 빠지는 결론이지만 이번 글은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자"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 글은 http://www.franktime.com/230/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1. 인디아나 존스와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의 자회사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rushTENm :


 

 

700MHz 대역 무선 주파수 대역을 누가 어떤 용도로 써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활발했습니다. 방송사는 UHD 방송용 주파수로 통신사는 이동통신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고. 재난망으로 써야한다는 의견까지 더해저 논의는 산으로 가다가 일단 20MHz를 재난망으로 우선 배정하는 걸로 일단락하고 700MHz 대역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결정은 잠시 뒤로 미뤄두었습니다. 아직 완전한 결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공중파 UHD 시대가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것과 상관없이 TV 제조사는 UHD TV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고 통신사들은 UHD IPTV를 열심히 광고하며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요즘 TV와 관련된 광고는 온통 UHD 투성입니다, 이 분위기 속에서 새로 살 TV로 UHD TV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자주 교체하는 물건도 아니기 때문에 구입 할 때 가장 좋을 걸 구입하는 대표적인 가전제품이니까요.

 

사실 방송사 편성표 대로 공중파 방송만 수동적으로 시청 하실 분들은 현재 판매중인 UHD TV를 구매하셔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직접 4K영상을 촬영하시거나 조금이라도 능동적으로 방송사 이외의 콘텐츠를 시청해야하는 목적이 있을 경우, 지금 당장 UHD TV를 사는 것 것이 새로운 2014년형의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지금 여러분들이 구매하는 UHTV가 정말 제대로 된 UHTV일까요?

 

 

조금 재미없는 이론내용들이 많으니 급하신 분들은 결론부터 보셔도 됩니다.

 

 

 

당신의 UHD TV 어쩌면 반쪽짜리 일 수도 있다.



TV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 뭘까요?


크기와 화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크기는 각자의 지갑사정과 거실크기[각주:1]에 따라서 각자 기대하는 크기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화질은 단순히 좋다 나쁘다를 단정지을 수가 없기 때문에 더 잘게 나누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해상도, 밝기, 디밍방식, 응답속도, 주사율 등등 많은 요소가 모여사 화질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UHD는 TV의 해상도를 알려주는 단어입니다.


해상도!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화면, 카메라에서도 봤던 단어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상도는 화면을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숫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TV에서 해상도는 패널은 얼마나 많은 칸으로 나누었냐를 표현하죠.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도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칸을 더 많이 나눌 수록 화면은 더 정교해집니다.



과거에 TV제조사, 미디어 업계등에서 모인 사람들이 화면을 가로 1920칸, 세로 1080칸으로 나누면 Full HD라고 부르기로 합의했고 짧게 FHD라고도 부릅니다. 그리고 최근, 그때 모였던 관계자들이 다시 만나서 토의했는데 지금 정도의 기술 수준이면 화면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화면을 가로 3840칸, 세로 2160칸으로 나누고 Ultra HD라고 부르기로 합의했고 역시 짧게 UHD라고 부릅니다. UHD는 FHD에 비해서 칸이 가로 2배, 세로 2배씩 늘어나서 4배 더 많으니까 화질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이 같다면 4배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TV 제조사들은 이걸 근거로 4배 더 좋은 화질이라고 광고합니다. 




UHD TV를 샀는데 UHD로 못 보는 모순된 상황은 바로 이 UHD의 정의 때문에 발생합니다. 화면을 가로 3840칸, 세로 2160칸으로 나누고 UHD 방송을 수신하기만 하면 UHD TV라고 광고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서 노력하는 TV제조사들은 나머지는 그대로 FHD급인 TV를 출시버린겁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외부입력이 그대로입니다. TV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외부입력을 말이죠. 외부입력이 HDMI 2.0으로 업그레이드 되지 않고 그대로 HDMI 1.4이거나 4K@60p 기능만 추가했기 때문에 TV구매자 개인이 각자 가지고 있는 컨텐츠는 제대로된 UHD로 즐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잠깐 HDMI가 뭐냐고요? 외부입력이라고 하면 아직도 노랑, 하양, 빨강 3개선으로 연결하는 컴포지트[각주:2]를 생각하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면서 2002년에 HDMI라는 규격이 만들어졌고 셋탑박스나 블루레이플레이어를 HDMI 선 하나로 TV와 연결해서 FHD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리한 기술인 HDMI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현재 최신 버전은 2013년에 만들어진 HDMI 2.0입니다.




HDMI 2.0이 최신인건 알겠는데 굳이 2.0을 써야만 할까요? 1.4를 쓰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2.0과 1.4은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UHD해상도 화면을 1초에 몇장이나 전송할 수 있는가"입니다. 1초에 표시하는 화면의 수는 FPS[각주:3]라는 단위를 쓰는데 1.4는 1초에 30장 보여주는 30FPS이고, 2.0은 60장 보여주는 60FPS입니다. 당연히 1초에 보이는 화면이 많을 수록 화면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이건 화질에 직결된 문제입니다. 세상 어느 누구가 남들보다 끊기는 TV를 보고 싶겠습니까? 아래 움짤이 끊기는 화면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겠네요.



물론 30FPS가 이렇게 뚝뚝 끊기는 화면이 아니고 영화는 24FPS이기 때문에 30FPS도 충분히 부드럽다고 TV제조사들은 이야기하겠지만 UHD해상도의 장점만 열심히 광고하고 UHD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점은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TV제조사들이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의 누군가는 FPS가 뭔지 몰라도 30FPS와 60FPS의 차이는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것이니까요.

게다가 아래 표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같이 더 좋은 화질을 이끌어 내어 진짜 UHD 화면을 보게 해주는 기술들은 HDMI 2.0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HDMI version1.01.11.2
1.2a
1.3
1.3a
1.3b
1.3b1
1.3c
1.4
1.4a
1.4b
2.0
sRGBYesYesYesYesYesYes
YCbCr 4:2:2/4:4:4YesYesYesYesYesYes
8 channel LPCM, 192 kHz, 24-bit audio capabilityYesYesYesYesYesYes

Blu-ray Disc and HD DVD video and audio at full resolution

YesYesYesYesYesYes

Consumer Electronic Control (CEC)

YesYesYesYesYesYes
DVD-AudioNoYesYesYesYesYes

Super Audio CD (DSD)

NoNoYesYesYesYes
Deep colorNoNoNoYesYesYes
xvYCCNoNoNoYesYesYes
Auto lip-syncNoNoNoYesYesYes
Dolby TrueHD bitstream capableNoNoNoYesYesYes
DTS-HD Master Audio bitstream capableNoNoNoYesYesYes

Updated list of CEC commands

NoNoNoYesYesYes

3D over HDMI

NoNoNoNoYesYes
Ethernet channelNoNoNoNoYesYes
Audio return channel (ARC)NoNoNoNoYesYes

4K resolution at 30 fps

NoNoNoNoYesYes

4K resolution at 60 fps

NoNoNoNoNoYes

Rec. 2020 color space

NoNoNoNoNoYes

YCbCr 4:2:0

NoNoNoNoNoYes

32 channel audio

NoNoNoNoNoYes

1536 kHz audio

NoNoNoNoNoYes

4 audio streams

NoNoNoNoNoYes

2 video streams (Dual View)

NoNoNoNoNoYes

21:9 aspect ratio

NoNoNoNoNo

Yes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HDMI




HDMI 2.0 말고 봐야하는 외부입력 단자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USB 단자입니다. TV에 있는 USB단자에 메모리스틱이나 외장하드를 꽂아서 가지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편하게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HDMI 2.0인지 아닌지 표기를 안 해서 UHD를 제대로 지원하는지 안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TV제조사들은 USB단자를 통한 재생도 어디까지 가능한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USB메모리에 있는 UHD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UHD TV를 샀다가 지원을 안하는 모델이었다면 UHD 영상 재생을 위해서 TV 옆에 HTPC나 셋탑박스 같은 기기가 더 필요하겠죠.


 

 

 

 

 

UHD의 화질은 당장 TV만 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제가 처음에 정리하자면 현재 2014년형의 족쇄를 차게 된다고 말씀드렸는지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팔리고 있는 TV들은 UHD TV라고 하기에는 반쪽짜리입니다. TV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TV의 주목적은 방송사의 방송을 수신해서 보는 것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TV는 수동적인 활용이 주류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컨텐츠를 원하는 때에 보고 싶은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수요를 뒷받힘하기 위해서는 외부입력에서도 진정한 UHD를 볼 수 있는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고 그건 HDMI 2.0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TV를 구입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용도로 TV를 활용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보고 TV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으시다면 외부입력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꼭 살펴보세요.




Ps. 지금 팔리는 TV 중에서 HDMI 2.0을 지원하다고 확실하게 밝힌 TV는 TG BIG Display 65 UHD 같은 중소기업 제품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TG BIG Display 65 UHD도 USB를 통해서 연결한 재생은 30FPS까지 밖에 지원을 안 해서 아쉽습니다.


 

 이 글은 http://www.franktime.com/227/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1. 조금 더 생각해보니 거실크기도 지갑사정에 달려있는 거네요;; [본문으로]
  2. 이렇게 생겼죠. [본문으로]
  3. 이건 Frame Per Second이고 First-Person Shooting game(주로 총 쏘는 게임이죠)과는 관계 없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rushTENm :

안녕하세요. 위키리뷰어로 프랭크타임에 합류하게 되어서 다시 글을 쓰고 있는 rushtTENm입니다. 앞으로 제가 주로 다룰 분야는 컴퓨터,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 등의 IT기기입니다. 카메라에 관해서는 프랭크타임님이 워낙 잘 풀어주시고 계시니 저는 다른 분야를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써나갈 글에 앞서 여러분들께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구입하신 IT기기, 제 값을 하고 있습니까?"

 

 

몇 년만에 바꾼 컴퓨터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 것 보다 느리다고 느껴진다던가, 큰 마음 먹고 구입한 태블릿은 불과 일주일 만에 내 손을 떠나 방구석 어딘가에서 30일동안 버티는 배터리나 자랑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제 주변에는 제 값을 못하고 방치되는 IT기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해상도를 제대로 맞추는 법을 몰라 와이드 모니터에서 기본값 그대로 낮은해상도(1024x768)로 보고 있거나, Full HD를 지원하는 셋탑박스와 TV를 쓰면서 아날로그 컴포지트 케이블로 연결해 SD해상도로 보고있다거나, 새 폰에 달린 카메라 화소수를 자랑하면서 정작 사진을 찍을 때는 파일 용량이 너무 크다고 저화소로 설정하고 찍는 경우도 있고, 쿼드코어 CPU가 달린 컴퓨터를 새로 샀는데 듀얼코어 컴퓨터 보다 느리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왜 우리들은 제대로 쓰고 있는지, 잘못 쓰고 있는 건지 구분조차 못 하거나, 쓸데없는 잉여스펙에 돈을 낭비해서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얻는 걸까요?

 

첫 번째 문제 - 이해하기 어려운 IT기기의 사양과 스팩.

 

컴퓨터의 RAM도 GB로 용량을 표기하고, 하드디스크도 같은 GB를 단위로 씁니다. 카메라도 고해상도라고 표시하고, 모니터도 고해상도라고 표시합니다. 기업들은 정확한 지식 전달 보다, 광고로 활용하는데 스펙을 활용하기에, 정확한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은 알아서 같은 단위, 같은 단어가 어디에 쓰냐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스스로 공부하고 받아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그 차이를 모를 때에는 온갖 지식이 엉켜서 이해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두 번째 문제 - 스팩은 다른데 '똑같은 광고 문구'

 

아래 3가지 모니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A모니터 : 21.5인치 FHD해상도

-B모니터 : 27인치 FHD해상도

-C모니터 : 27인치 QHD해상도


어떤 부가기능이 들어갔나야 따라서 상품 설명이 달라지지만, 여기 3가지 다른 모니터 광고에는 모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화면이 넓고 화질이 좋다."

 

화면 크기나 해상도가 다르지만 결국 "21.5인치 FHD해상도 모니터는 21.5인치 FHD해상도라서 화면이 크고 화질이 좋다.", "27인치 QHD해상도 모니터는 27인치 QHD해상도라서 화면이 크고 화질이 좋다."라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10만원짜리 듀얼코어 CPU와 30만원짜리 쿼드코어 CPU를 비교해 보면 "미세공정을 쓰고 그래픽유닛이 많아서 게임도 잘 돌아가고 전기는 조금쓰면서 고성능"라고 광고하고 있어 두 제품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힘들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아는 사람들은 차이를 알고 쓰지만 어떻게 비교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은 모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저는 상황에 따른 소비의 기준을 제시하겠습니다.


 

 

주변에 IT기기를 추천해주다 보면 "알아서 해줘."라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는 사람들의 특징은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과 제가 제시하는 물건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너무 비싸다고 불평까지 더하죠. 이러면 지금까지 쓰던 그대로 제대로 못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제대로된 물건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뿐이고 제대로 된 물건은 덜 떨어진 물건들보다 당연히 비싸고 제대로 쓰는 법도 익혀야 됩니다. IT기기를 구입하고 사용할 본인이 스스로를 알아야 품질이 떨어지는 지뢰와 쓸데없는 잉여스펙 사이의 스위트 스팟을 찾아서 그 기기를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현명한 지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앞으로 글을 이어나가겠습니다. 


 

 이 글은 http://www.franktime.com/219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rushTENm :
쉬운 IT에 관한 포스팅을 하려고 막상 키보드 뚜드려 보니 제가 생각했던 어지간한 주제는 다른 분들이 먼저 포스팅하셨더군요. 이미 블로고스피어에 존재하는 수많은 IT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블로그를 만들고 무려 3달이나 방치한 끝에 올리는 진짜 첫 포스팅입니다.

아래는 제가 구매한 FX623-i 7카오스 노트북 광고입니다. IT업계는 추상적인 표현과 교모한 트릭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켜왔습니다. 그럼 이제 소비자들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을 하나씩 집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MSi 최신모델 "2011년 12월형"이라는 부분에 주목해 봅시다. 나온지 3개월 밖에 안 된 모델이니까 엄청 좋겠죠? 정말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시작부터 판매자의 트릭에 당하시는 겁니다. 11년 12월형 모델이라는 말은 MSi가 부품회사들로 부터 부품을 받아서 이 모델을 조립하기 시작한 때가 12월이라는 말입니다. 이 모델을 구성하고 있는 CPU는 11년 1월부터 생산됬고 VGA는 11년 6월부터 생산됬습니다. 즉, 11년 6월에 만들수 있는 노트북과 성능차이가 없다는 것이죠.
 

▲이 스크린샷의 윗부분의 표는 진실인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아랫부분의 막대그래프도 정말 진실일까요? 나중에 나온 제품의 성능이 좋은 것이 당연합니다. 진보가 없다면 다른 회사들에게 뒤쳐지겠죠. 가성비[각주:1]는 한 회사의 물건끼리 비교하는 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비교해야 합니다. 아무리 과거 모델보다 성능이 좋더라도 다른 회사의 경쟁모델보다 성능이 떨어지거나 비싼 가격이라면 가성비가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 이 스크린샷에서는 같은 말을 쓸데없이 반복하면서 장점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빨간 박스안에 "노트북 경량화", "스토리지 확장", "HDDX2"라고 적혀있는데 두번째의 스토리지 확장과 세번째의 HDDX2는 같은 말이고 첫번째 경량화와는 동시에 성립할 수 없습니다. 빨간 박스에 쓰여있는 말을 간단히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트북 멀티부스트란? 두번째 2.5인치 베이[각주:2]이다." 두번째 베이를 비워놓으면 회색박스의 2번처럼 경량화가 됩니다. 두번째 베이에 SSD를 넣으면 1번, 4번, 5번의 상황이므로 노트북이 빨라지겠죠. 하드디스크를 넣으면 3번, 5번, 6번의 상황이므로 용량걱정을 안 해도 되고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3가지 중에서 한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멀티부스터로 위의 3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회색박스의 2번설명은 거짓입니다. 멀티부스트를 장착한다고해서 노트북이 얇아지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멀티부스트는 노트북의 부품일뿐입니다. 부품이 얇아져도 노트북 껍데기의 두께는 여전합니다. 더욱 가벼운 무게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이 모델은 출고될 때부터 ODD대신 멀티부스트를 장착하고 나옵니다. 이미 멀티부스트가 들어가 있는데 더 가벼워질 수는 없죠.

▲이 스크린샷에서는 어떻게 소비자들을 놀리고 있을까요? 여기에 적혀있는 내용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판매자가 숨기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이상, 샌디브릿지의 바톤을 이어 받을 아이비브릿지가 올해 6월에 나올 거라는 것이죠. 다시말해서 샌디브릿지는 이제 끝물이라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최신예가 맞지만 3개월만 지나면 아이비브릿지가 신형이 됩니다. 

 ▲이 스크린샷에서도 판매자는 소비자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언급한 notebookcheck.net은 해외 노트북 전문사이트고 노트북체크는 최대한 공정한 벤치마크 결과를 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판매자는 FX623에 들어간 i7 2670QM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CPU만 같이 보여줌으로써 i7 2670QM이 최고의 CPU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i7 2670QM보다 더 좋은 CPU도 있습니다. i7 2620M(346달러) 같은 경우에는 i7 2670QM(378달러)보다 저렴하고요. i7 2670QM, i7 2635QM, i7 2630QM은 인텔의 권장소비자가격이 378달러로 동일합니다. 대신 i7 2670QM은 다른 두 CPU보다 더 뜨겁습니다. 제조사가 심한 발열을 견딜수 있는 설계를 하면 i7 2670QM을 쓸 것이고, 두께와 무게 등의 제약으로 그런 설계를 못하면 밑의 두 CPU를 쓰는 겁니다. 같은 가격에 더 높은 성능을 내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합니다.

▲이 스크린샷에서도 CPU성능비교표에서 썼던 트릭을 또 썼습니다. GT 555M보다 성능이 안 좋은 VGA들만 같이 보여주고 있죠.
게다가 판매자는 엉뚱한 VGA의 점수를 가져와서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습니다. 맨 위의 빨간 글씨에서는 GDDR3라고 적어놓고 가운데 표에서는 GDDR5의 벤치마크를 보여주고 있죠. GDDR3와 GDDR5는 판매자가 적어놓은 것처럼 대역폭이 무려 2배나 차이납니다. GDDR5가 달린 GT 555M과 GDDR3가 달린 GT 555M은 다른 GT 555M입니다.
마지막 막대그래프를 보면 판매자가 "GTX 555M"이라고 적어놨습니다. 그런데 "GTX"접두사는 555M의 것이 아닙니다. 555M 위의 560M부터 "GTX"접두사를 쓰죠. "GTX"접두사를 쓰는 VGA와 "GT"접두사를 쓰는 VGA는 전혀 다른 녀석들입니다. GTX 560M이상의 VGA가 달린 노트북의 무게가 최소 3kg이 넘어갑니다. VGA에서 발생하는 열과 VGA가 소비하는 전력의 급이 다르기 때문에 그 열과 전력소모를 감당하기위한 설계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3kg을 넘기게 되는 것이죠.
맨위의 다이렉트X10과 다이렉트X11의 비교는 진실입니다. 다이렉트X11에서 테셀레이션을 켜면 저렇게 묘사의 수준이 달라집니다. 다만, 테셀레이션을 지원하는 게임이 별로 없고 테셀레이션을 켰을 경우 엄청난 렉도 동반되긴 합니다만... 

▲원래 더 위에 있던 스크린샷인데 VGA이야기는 같이 하겠습니다. 방금전 용그림 비교는 진실이었지만 여기서 총쏘고 계신 분의 비교는 거짓입니다. NORMAL의 기준도 없을뿐더러 VRAM이 적다고 저런 흐릿한 영상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VRAM이 부족하면 렉이 심해질텐데 램용량이 256MB정도는 되야 램부족으로 인한 렉을 경험할 수 있을겁니다. 옛날 지포스 8600GT 256MB에서 그런 현상이 있었죠. 8600GT 512MB에서 램을 반만 덜어내서 더 저렴한 가격을 만들려고 했는데 눈에 띄는 가격하락도 없고 오히려 성능만 떨어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노트북들은 VRAM을 장착하는 경우에는 보통 1GB정도는 달고 나옵니다. 그리고 판매자의 회색박스는 간혈적인 끊김현상의 원인을 VRAM에서 찾고 있는데 사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느려터진 HDD입니다. HDD가 데이터를 빨리빨리 전해주지 않으니까 CPU와 VGA는 가만히 놀게되고 CPU와 VGA가 놀 때마다 사용자는 렉을 경험하게 됩니다.
 

 ▲16:9화면과 16:10화면의 비교인데 16:10이나 16:9나 모두 일반 스크린입니다. 16:10화면은 영화를 볼 때 레터박스[각주:3]가 거슬리겠지만 문서작성이나 웹서핑을 할 때는 세로로 더 많이 볼 수 있으니까 더 편하겠죠. 이건 둘 중 하나가 더 우월한 것이 아니고 각자의 용도에 따라 다른겁니다.

▲마지막 줄에 "게이밍 오버클럭 하이엔드 노트북"이라고 써놨는데 거짓말입니다. 판매자가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좋아 보이는 말은 다 가져다 붙였네요.(-.-) 노트북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오버클럭이 안 됩니다. 방법을 찾으면 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FX623의 바이오스는 CPU오버클럭도 할 수 없고 램오버클럭도 불가능합니다.

▲판매자가 윈도 무선랜관리자와 인텔 무선유틸리티를 비교해놨네요. 그런데 인텔 무선유틸리티가 윈도 무선랜관리자보다 딱히 더 좋은 점도 없고 다른 노트북들도 보통 인텔 무선랜을 장착하기 때문에 다른 노트북들도 인텔 무선유틸리티를 쓸 수 있습니다. 남들도 다 하는 별거 아닌거죠. 윈도 무선랜 관리자에서 신호가 약한 것은 판매자가 스크린샷을 찍을 때 무선 공유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찍어서 저런 약한 신호가 나온 겁니다. 유틸리티의 차이때문에 신호강도의 차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거짓말!

▲판매자가 또 VGA이름을 잘 못 적었어요! GT 555M의 수난시대입니다. 위에서 멀티부스트라고 열심히 적어놓고 밑에와서는 HDD BAY라고 적어놓고요. 자신이 뭘 팔고 있는지 모르는 판매자입니다.

용산에서 소비자를 낚는 몇가지 방법들을 이야기해봤습니다. 용팔이가 용팔이라고 욕을 먹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죠. 테팔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호갱이 아닙니다!

다음 포스팅은 모델명에서 성능 유추해보기입니다.


  1. 가격 대비 성능비 [본문으로]
  2. 하드디스크, SSD를 장착하는 공간. [본문으로]
  3. 영상 위, 아래의 검은 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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